발해의 3성 6부: 당나라 제도를 넘어선 독창적 개혁
우리 역사에서 발해는 고구려의 기상과 당나라의 선진 문물을 모두 수용한 독창적인 국가였습니다. 특히 발해의 중앙 통치 체제인 ‘3성 6부’는 발해가 당의 제도를 모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 방식에 있어 발해만의 독자성을 확립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단순히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국의 현실과 민족적 정체성에 맞게 변형하여 적용한 발해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본 글에서는 발해의 3성 6부가 어떻게 당나라의 제도를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운영 방식을 갖추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당나라 3성 6부 제도의 이해: 발해의 출발점
발해의 3성 6부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나라의 제도를 알아야 합니다. 당나라는 최고 의결 기관인 중서성(中書省), 최고 집행 기관인 문하성(門下省), 그리고 중서성과 문하성의 업무를 총괄하는 상서성(尙書省)의 3성을 두었습니다. 상서성 아래에는 이(吏)·호(戶)·예(禮)·병(兵)·형(刑)·공(工)의 6부가 설치되어 각 행정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이는 황제권을 견제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로,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모델이 되었습니다.
"당나라의 제도는 겉으로만 번성한 것이 아니니, 그 복잡한 체제 속에서 황제권과 신료의 권한이 절묘하게 조화되었다."
발해는 건국 초기부터 당나라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이는 당나라가 당시 동아시아의 선진국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발해는 당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발해의 상황에 맞게 재창조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발해의 3성 6부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이며, 발해의 주체성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발해식 변형: '발해다운' 3성 6부의 특징
독립적 위상을 가진 3성 체제
당나라에서는 중서성, 문하성, 상서성의 3성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발해의 3성은 그 역할이 다소 달랐습니다. 발해는 정당성(政堂省), 선조성(宣詔省), 중대성(中臺省)의 3성을 두었습니다. 이 중 정당성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당나라의 상서성과 유사한 기능을 했습니다. 정당성 아래 좌·우사정을 두고 6부를 통솔하게 한 것은 정당성 중심의 통치 체제를 보여줍니다. 이는 당나라처럼 3성이 상호 견제하기보다는, 정당성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중앙 집권 체제를 구축했음을 의미합니다.
6부 명칭과 운영 방식의 독자성
발해의 6부는 당나라의 6부와 기능적으로 유사했지만, 그 명칭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발해는 충(忠)·인(仁)·의(義)·지(智)·예(禮)·신(信)의 유교적 덕목을 6부의 명칭에 사용했습니다. 좌사정 아래에 충부(忠部)와 인부(仁部), 우사정 아래에 의부(義部)와 지부(智部), 그리고 나머지 두 부인 예부(禮部)와 신부(信部)는 정당성 직할로 운영되었습니다. 이러한 명칭은 발해가 유교적 이념을 국가 통치의 근본 이념으로 삼았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당나라와는 다른 독자적인 문화와 정체성을 추구했음을 드러냅니다.
"발해의 6부는 그저 행정의 도구가 아니었다. 충과 인, 의와 지, 예와 신의 이름으로 국가의 이상을 담아내었다."
또한 발해의 6부는 이원화된 운영 방식을 보였습니다. 좌·우사정의 지휘를 받던 4부와 정당성이 직접 통솔하던 2부로 나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당나라의 6부가 모두 상서성의 통제를 받던 것과는 다른 점으로, 발해가 6부의 역할을 재분배하여 국가 운영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추구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결론: 주체적 수용과 변형의 역사적 의미
발해의 3성 6부 제도는 선진 문물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변형한 발해의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단순히 당나라 제도를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국의 상황에 맞게 3성의 위계를 재편하고, 6부의 명칭에 고유한 철학을 담아냈습니다. 이러한 개혁은 발해가 외세에 종속되지 않고, 고구려를 계승한 자주적인 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행위이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발해의 3성 6부 제도는 발해의 독창성과 주체성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일 때, 무조건적인 모방이 아닌 우리만의 가치를 더해 재창조하는 지혜를 배워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발해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선 창조를 통해, 동아시아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새겼습니다.
당나라와 발해의 3성 6부 비교
| 구분 | 당나라 | 발해 |
|---|---|---|
| 3성 명칭 | 중서성, 문하성, 상서성 | 정당성, 선조성, 중대성 |
| 3성 역할 | 상호 견제와 균형 | 정당성 중심의 통치 |
| 6부 명칭 | 이, 호, 예, 병, 형, 공 | 충, 인, 의, 지, 예, 신 |
| 6부 운영 | 상서성의 통일적 통제 | 좌·우사정 및 정당성의 이원적 통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