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성총관부 설치 – 우리가 몰랐던 북방의 상실
쌍성총관부 설치 – 우리가 몰랐던 북방의 상실
고려와 몽골(원) 간의 오랜 전쟁은 교과서 속에서 간단히 ‘원 간섭기’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지만, 그 이면에는 자주성과 주권 상실의 현실이 서려 있습니다. 특히 1258년, 몽골이 고려 북부 함경도 지역에 설치한 쌍성총관부는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닌, 고려 내부의 균열과 국토 일부를 잃은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영토를 상실한 것이 아니라, 고려가 지켜내야 했던 국가 정체성과 자존심, 그리고 자주 외교의 기반까지 무너졌음을 의미합니다. 쌍성총관부의 설치는 고려가 외교적 주도권을 상실하고, 외세의 질서 속으로 편입되는 상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배경: 고려와 몽골의 충돌과 피로
13세기 초 몽골 제국은 유라시아를 휩쓸며 세계 최대의 제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1231년부터 시작된 몽골의 고려 침략은 여섯 차례의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졌고, 고려는 수도를 강화도로 옮기며 장기 항전을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중은 전란과 수탈, 기근에 시달렸으며, 나라 전체는 피폐해졌습니다.
무신정권 하에서 고려는 외교적 일관성을 잃고 내부 혼란이 심화되었습니다. 정권 내 세력 다툼과 귀족들의 이해관계 충돌은 전쟁 수행 능력에도 영향을 미쳤고, 결국 1259년 몽골과의 강화가 체결됩니다. 그러나 강화 이전, 몽골은 이미 고려의 통제력을 넘는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1258년, 북부에 쌍성총관부를 설치하며 사실상 직할 통치를 시작한 것입니다.
"쌍성총관부의 설치는 고려의 항복 이전에 이미 진행된 주권 침해의 서막이었다."
쌍성총관부란 무엇인가?
쌍성총관부는 몽골(후일 원나라)이 고려 북부 지역을 직접 통치하기 위해 설치한 지방 행정 기관입니다. 위치는 오늘날 함흥, 길주, 명천 등 함경도 북부로 추정되며, 이 지역은 고려의 실질적 통제에서 벗어나 원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 지역의 상실은 군사적 패배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고려 내부의 무장 세력 조휘와 탁청이 몽골에 투항하면서 벌어진 정치적 사건이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지역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려 정부를 배신하고, 몽골에 협력하여 ‘총관’이라는 지위를 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권이 아닌, 고려 중앙의 권위가 붕괴되었음을 상징하는 중대한 사태였습니다.
"쌍성총관부는 외침보다 두려운 내부 분열이 낳은 주권 포기의 역사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
쌍성총관부 설치는 고려 역사상 국토 일부가 내부 배신자들에 의해 외세에 넘겨진 최초의 사례입니다. 이는 고려의 영토 주권이 실질적으로 무너진 상징적 사건이었으며, 단순한 외교적 패배를 넘어 국가 통치 체계의 근간이 흔들린 위기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약 100년간 해당 지역은 원나라의 지배하에 놓이며 고려와는 단절된 상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고려 북부는 행정적, 문화적으로도 단절되었고, 고려인의 삶 역시 급격히 변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장기적 분리는 후대의 국경 인식과 민족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고려가 스스로 영토를 방기하거나 내부 균열을 수습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교훈적 사례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역사의 교훈: 자주성과 내부 결속
쌍성총관부의 설치는 외세의 강압이라기보다는, 고려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국가가 외부의 위협 속에서도 내부 결속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이 사건은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공민왕은 즉위 후 1356년, 이 지역을 무력으로 수복하며 쌍성총관부를 철폐하였습니다. 그러나 무려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려는 이 지역을 잃은 채 살아야 했고, 그동안 주권과 국토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지역의 상실을 넘어 고려가 주도성을 잃은 외교, 결속력을 상실한 정치 현실 속에서 외세에 휘둘렸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됩니다.
"주권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방심과 분열로 무너진다. 쌍성총관부는 그 역사적 증거다."
마무리하며
오늘날 우리는 '주권'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고려는 그 주권을 지키지 못했던 뼈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쌍성총관부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우리는 지금 우리의 주권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역사적 경고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외세 침략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넘어, 내부의 선택과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 속 가장 잊혀진,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쌍성총관부. 그것은 고려사 속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무거운 상실의 이야기입니다.
| 연도 | 사건 |
|---|---|
| 1231년 | 몽골의 고려 1차 침입 시작 |
| 1258년 | 조휘, 탁청의 투항과 쌍성총관부 설치 |
| 1356년 | 공민왕, 쌍성총관부 무력 수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