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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 여성의 삶, 자유와 권리를 엿보다

Soonduck 2025. 8. 20. 23:31

 

고려 시대 여성의 삶, 자유와 권리를 엿보다

우리 역사에서 여성의 지위는 유교적 가치관이 강화된 조선 시대를 떠올리며 낮고 억압받는 존재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 이전에 존재했던 고려 시대는 달랐습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도 놀라울 만큼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가 높았던 시대입니다. 본 글에서는 고려 시대 여성이 누렸던 자유로운 사회적 지위와 그 배경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고려 시대 여성의 삶, 자유와 권리를 엿보다

 

가족 내에서 동등했던 여성의 권리

고려 시대 여성은 가족 내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렸습니다. 이는 특히 재산 상속과 제사 참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고려 시대에는 재산을 아들과 딸에게 구분 없이 공평하게 분배하였습니다. 딸도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아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었으므로, 가족 내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는 재산을 오직 아들에게만 상속했던 조선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또한, 고려 시대에는 제사를 장남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아들과 딸이 돌아가면서 지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를 '윤회봉사(輪廻奉祀)'라고 하는데, 이는 자녀의 성별에 관계없이 조상 제사를 지내는 의무와 권리가 주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고려 시대 여성들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 인정받았습니다.

고려 시대 여성들은 재산 상속과 제사 참여 등 가족 내 중요한 결정에 있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행사했다. 이는 유교적 가치관이 확고해지기 이전의 모습이다.

 

자유로운 재혼과 사회 활동

고려 시대 여성의 자유로운 지위는 혼인 관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과부의 재혼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재혼한 여성의 자녀를 벼슬길에서 막는 등 사회적 제재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고려 시대에는 과부의 재혼이 자유로웠습니다. 심지어 이혼과 재혼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었습니다. 이는 남녀가 개인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역사 기록에는 과부의 재혼뿐만 아니라, 재혼한 여성의 자녀들이 차별 없이 사회적 지위를 얻고 고위 관직에 진출한 사례가 다수 등장합니다. 이는 여성의 재혼이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였으며, 재혼이 사회적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과부의 재혼이 자유로웠던 고려 시대의 혼인 제도는 여성에게 삶의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다. 이는 조선 시대의 엄격한 유교 윤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고려 시대 여성의 사회 활동 사례

고려 시대 여성들은 단순히 가정 내에서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부에서 왕비가 된 헌정왕후 황보씨

고려 경종의 왕비였던 헌정왕후 황보씨는 남편인 경종이 사망한 후, 시동생인 고려 성종의 도움을 받아 왕실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후 경종의 다른 동생인 안종(安宗) 왕욱(王郁)과 사적인 관계를 맺어 아들 대량원군(大良院君), 즉 훗날의 현종(顯宗)을 낳았습니다. 이 일은 당시 사회적 통념상 파격적인 사건이었지만, 그녀의 아들 현종은 고려의 제8대 왕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과부가 재혼하여 낳은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것은 고려 시대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는 고려 사회가 유교적 윤리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능력과 신분을 더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줍니다.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여성

고려 시대 여성들은 결혼 후에도 본가의 성씨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출가외인(出家外人)으로 간주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외출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재산을 직접 관리했습니다. 또한, 여성들이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거나, 직접 상업 활동에 종사한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이는 고려 여성들이 가정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사회에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결론적으로, 고려 시대 여성은 조선 시대와 비교할 때 훨씬 높은 사회적 지위와 자유를 누렸습니다. 재산 상속, 제사 참여, 자유로운 재혼 등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진보적으로 보이는 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사의 특정 시기를 획일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각 시대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고려 시대 여성의 역사는 우리에게 시대의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고려 vs 조선 시대 여성 지위 비교

구분 고려 시대 조선 시대
재산 상속 남녀 균등 상속 아들 위주 상속
제사 참여 아들딸이 돌아가며 제사 장남 위주의 제사
재혼 과부의 재혼 자유로움 과부의 재혼 엄격히 금지
사회 활동 비교적 자유로운 활동 가정 내 역할 강조